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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요르단 페트라, 인디아나 존스가 되어 고대의 시간을 탐험하다

by bike89 2025.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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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페트라, 인디아나 존스

붉은 사암 계곡 너머, 바위에 새겨진 문명과 마주한 하루의 기록

어릴 적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을 보며
그 속 ‘잃어버린 도시’가 정말 존재할까 상상했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상상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중동 요르단의 붉은 사막에 감춰진 고대 도시, 페트라(Petra).
그곳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거대한 바위산 사이로 타임머신을 탄 듯
2000년 전 문명으로 들어가는 입구였습니다.

모래먼지 날리는 협곡을 지나
장엄한 보물창고(알카즈네)가 모습을 드러낼 때,
나는 비로소 ‘모험’이 아니라
‘경외심’이란 감정을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시크 협곡, 문명과 시간의 틈을 걷다

페트라의 입구인 시크(Siq) 협곡은
높이 80미터에 달하는 붉은 사암 절벽 사이를
1.2km 가까이 굽이쳐 이어집니다.

햇살은 절벽 위에서 실처럼 떨어지고,
바위 표면에는 고대 나바테아인의 수로와 부조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2000년 전의 숨결을 밟는 듯했고
바위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조차
시간의 일부처럼 느껴졌습니다.

알카즈네, 스크린보다 눈앞이 더 영화 같았다

시크 협곡이 끝나는 지점에서
돌연 눈앞에 등장하는 알카즈네(Al-Khazneh).
높이 40미터에 이르는 이 거대한 건축물은
모두 바위를 파서 만든 것입니다.

기둥 하나, 장식 하나가
조각칼로 세밀하게 새겨져 있었고
그 앞에 서 있는 순간
나는 인디아나 존스가 아닌
그저 숨조차 쉬기 어려운 작은 인간이 되었습니다.

'영화 속 세트장' 같다는 말은
오히려 이 풍경에 실례일 만큼,
그 위엄은 실재하고 웅장했습니다.

산 위의 수도원, 850개의 계단 끝에서 만난 고요

알카즈네를 지나 더 깊은 산길을 오르면
아드 데이르(Ad Deir)라 불리는 수도원이 나옵니다.
그곳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려 850개의 계단을 올라야 했습니다.

숨은 턱까지 차올랐고,
다리엔 통증이 생겼지만
그 꼭대기에 도달했을 때,
말문이 막힐 정도의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사막과 하늘, 바위와 고대 유적이
한 화면 안에 겹쳐지고
그 한가운데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고대 도시에서 마주친 낙타, 아이, 그리고 삶

페트라는 고요한 유적만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어린 베두인 아이가
낙타를 끌고 다니며 사진을 찍자고 장난을 걸고,
장사꾼은 고대 주화를 흙에서 캔 것처럼
자연스럽게 내민다.

그 모든 것이 꾸며진 관광이 아니라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었습니다.

시간은 멈췄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고
그 모습이 오히려 유적보다 더 진하게 다가왔습니다.

석양 속의 페트라, 붉게 물든 침묵

해 질 무렵,
알카즈네 앞에 다시 서면
석양은 붉은 사암에 불을 붙인 듯 타오릅니다.

햇빛과 바위가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그 색감은
어떤 카메라도 담아내기 힘든 것이었고,
그 속에서 나는
말도 없이,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도시는 사라졌지만
그 붉은 빛과 침묵은
영원히 내 기억 속에 남았습니다.

인디아나 존스보다 더 진짜였던 나의 탐험

페트라는 ‘관광’이 아니라
나 자신을 발견하는 여행이었습니다.

거대한 유적 앞에서
나는 너무 작았고,
그 작음 속에서
오히려 더 진짜 ‘나’를 만났습니다.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은 끝이 있었지만
이 고대 도시에서의 하루는
지금도 내 안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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