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이라 믿었던 그곳, 하늘이 발 아래 펼쳐지는 순간 나는 현실을 의심했다
처음 우유니(Uyuni)라는 이름을 들었을 땐
단지 '볼리비아의 유명한 관광지'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그 땅을 밟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이곳은 풍경이 아니라 경험이고,
자연이 아니라 기적이라는 걸요.
끝도 없이 펼쳐진 소금 평원,
하늘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은 대지,
그 사이에서 나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처음으로 넘나들었습니다.
소금사막의 시작, 단 하나의 하얀 세상
우유니에 도착한 첫날,
끝없이 펼쳐진 하얀 소금 평원에 발을 디뎠습니다.
멀리 수평선은 보이지 않고
빛에 반사된 대지는 마치 바다처럼 흔들렸습니다.
그곳엔 나무도 없고, 그림자도 없고,
소리조차 멈춘 듯했습니다.
오직 하얀 바닥과 푸른 하늘만이
온 우주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 광활함 앞에서
나는 말없이 그저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물이 고인 날, 하늘이 땅에 내려왔다
비가 조금 내린 뒤,
소금 평원 위에 얇은 물이 고였습니다.
그 순간 우유니는 거대한 거울이 되었습니다.
하늘과 구름, 태양과 별이
고스란히 땅 위에 비쳤고
사람들은 공중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내가 위를 보고 있는 건지,
아래를 걷고 있는 건지
분간할 수 없는 그 느낌은
지금껏 어떤 여행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었습니다.
해 질 무렵, 하늘의 색이 내려앉다
해가 질 무렵,
하늘은 주황과 자주빛으로 물들고
그 색은 땅에도 그대로 내려앉았습니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진 순간,
나는 마치 그림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발소리도 사라지고
시간도 잠시 멈춘 듯했죠.
그 풍경은 화려함이 아니라
오히려 고요함으로 다가왔고
그 고요가 내 마음까지 적셨습니다.
밤이 오면, 별이 땅 위로 쏟아진다
우유니의 밤은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사막 한가운데
인공조명 하나 없이
하늘 가득 별이 떠오르면
그 별들이 땅에도 고스란히 비쳐졌습니다.
위아래가 모두 별이 된 세상.
별 사이를 걷는다는 건
비유가 아니라 실제였고,
나는 말 그대로 우주 속에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열차무덤에서 만난, 사막의 역사
우유니의 한쪽 끝에는
트레인 세미터리(열차무덤)가 있습니다.
한때 이 지역의 번영을 이끌었던 기차들이
이제는 녹슬고 멈춘 채
사막 위에 잠들어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죽은 열차들 속에서
나는 '멈춘 시간의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소금사막의 미래적인 풍경과
열차의 과거가 공존하는 이곳은
시간이 일직선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우유니에서 배운, 현실보다 진한 환상
우유니는 환상처럼 느껴졌지만
그 감정은 진짜였습니다.
그 어떤 VR이나 사진도
이 감각을 대체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곳에선 내가 ‘작다’는 느낌이
작아지는 게 아니라
세상과 하나가 되는 확장으로 다가왔습니다.
하늘과 땅이 맞닿는 곳,
그 사이에 내가 있다는 건
아름다움을 살아서 목격한 하나의 기적이었습니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르단 페트라, 인디아나 존스가 되어 고대의 시간을 탐험하다 (0) | 2025.07.07 |
---|---|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걸으며 마주한 진짜 나의 얼굴 (1) | 2025.07.07 |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히말라야의 품에 안겨 진짜 나를 만나다 (0) | 2025.07.06 |
헤밍웨이가 사랑한 도시, 쿠바 아바나, 천천히 걷는 산책의 기록 (0) | 2025.07.06 |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프랑스 아를과 오베르 쉬르 우아즈 여행기 (0) | 2025.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