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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인도 바라나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마주한 가장 진한 순간

by bike89 2025.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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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바라나시

모든 것이 타오르고 흘러가는 곳, 바라나시에서 진짜 삶을 배웠다

인도 여행 중 바라나시는 다른 어떤 도시와도 달랐습니다.
성스러운 갠지스강을 품은 이곳은
사람들이 죽기 위해 찾아오고,
살아 있는 자들은 삶의 이유를 묻는 도시였습니다.
혼란과 향, 소음과 침묵이 뒤섞인 거리에서
나는 삶과 죽음의 진짜 경계선 위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가 몰랐던 ‘존재’에 대해
처음으로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마주한 화장장, 그리고 망설임

마니카르니카 가트(Manikarnika Ghat).
바라나시의 중심이자 가장 오래된 화장장입니다.
타오르는 장작과 연기, 슬픔이지만 조용한 표정들,
그 사이로 걸어들어간 나의 발걸음은
낯설고 조심스러웠습니다.

그곳은 죽음을 애도하는 공간이 아닌,
죽음을 ‘보내는’ 공간이었습니다.
슬픔을 삼키는 게 아니라,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인도인의 태도는 충격 그 자체였죠.

삶과 죽음이 동시에 흐르는 강가

이른 새벽, 갠지스강 위에
작은 배를 타고 떠나면서 나는 마침내 그 장면을 봤습니다.
물가에서는 목욕을 하고, 세수를 하고,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옆에서는 시신이 타고 있었습니다.

삶과 죽음이 분리되지 않은 풍경.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고, 그저 받아들이는 사람들.
그 장면은 나에게 ‘죽음’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가트 위에서 배운, 있는 그대로의 존재

바라나시의 가트에서는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그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노인이 강가에 앉아 하루 종일 명상을 하고,
아이들이 맨발로 축구를 하고,
소가 사람들 사이를 유유히 걸어갑니다.

그 모습 속엔 경쟁도 목적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그냥 ‘살고’ 있었고,
그 단순함이 오히려 내 마음을 가장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바라나시에서 마주친 내 안의 질문

"나는 지금 왜 살고 있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매일, 나는 나답게 존재하고 있는 걸까?"

바라나시에서 나는 너무 많은 질문을 받았고
그 답을 구하려 애쓰기보다는
그 질문들을 조용히 안고 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때론 답이 없어도
그 물음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걸요.

마주 본 시선,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

한 노인이 내 손목에 실팔찌를 걸어주며
작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미소 하나로 내가 ‘여기’ 있음을 인정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바라나시는 늘 떠들썩하지만,
그 안에서 마주한 수많은 눈빛들은
고요하고 진심이었습니다.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도 그렇게 따뜻한 시선이 존재했습니다.

죽음을 목격하며, 오히려 삶을 배웠다

이 도시를 떠날 즈음
죽음이란 끝이 아니라 과정이고
사라짐이 아니라 순환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바라나시는 나에게 ‘삶’이 무엇인지를 알려준 도시였습니다.
불완전하고, 예측할 수 없으며
그러기에 더욱 사랑스럽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할 이유가 충분한, 그런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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