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길 없이 걷는다는 것, 그 안에서 마주친 진짜 나의 이야기
그날 나는 지도를 접고 가방 안에 넣어버렸습니다.
예약도 없고, 계획도 없는 여행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어디를 가야 할까'보다 '어디로든 가보자'는 마음으로
그냥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죠.
지도가 없다는 건 불안하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인생에서 가장 솔직하고 따뜻한 순간들을
길 위에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목적지보다 과정이 더 소중해진 시간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길을 걸어가는 건
생각보다 자유롭고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더 이상 다음 장소에 쫓기지 않고
발길이 닿는 곳마다 멈춰 설 수 있었어요.
작은 골목에서 마주친 고양이,
말도 통하지 않는 카페에서 받은 따뜻한 눈빛,
지도 속에는 없는 순간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그 길이 곧 ‘여정’이 되었습니다.
길을 헤매며 배우는 것들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는 건 겁나는 일이었지만
그럴 때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내 자존심도, 내 언어도
잠시 내려놓아야 했어요.
그런 겸손함 속에서
타인과의 연결이 얼마나 따뜻한지,
혼자여도 결국 누구도 혼자가 아니라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왜 이 길을 걷고 있지?”라는 질문
지도가 없는 여행은 늘 나를 멈춰 세우고
질문하게 했습니다.
“지금 내가 어디 있는 거지?”
“왜 이 길을 걷고 있지?”
“내가 원하는 건 뭐지?”
그 질문에 답을 못 하더라도
질문 그 자체가 나를 안쪽으로 데려갔습니다.
바쁘게만 살아오던 삶 속에서
이렇게 내 마음을 들여다본 적이 있었나 싶었습니다.
예측하지 못한 하루가 주는 선물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뛰어든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한 권,
지나가는 행인이 알려준 숨은 맛집,
고요한 골목에서 들려온 기타 소리.
지도 없이 만난 하루는
예측이 없기에 감동이 있었고,
기록보다 감정이 먼저 남았습니다.
누군가의 여행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우리는 너무 자주 남의 여행을 따라 합니다.
인스타에서 본 핫플, 블로그 추천 맛집.
하지만 지도 없는 여행은 오직 내 직감과 선택으로
장면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실패도 많지만,
그 실수조차 내 여행이 되더라고요.
누군가의 코스를 따라가지 않았기에
그 길은 더 오래 기억 속에 남았습니다.
돌아와서야 알게 된 가장 큰 배움
길을 잃는다는 건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삶도 그렇더라고요.
계획대로만 살 수 없고,
가끔은 어디쯤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럴 땐 그냥 걸어보는 것도 괜찮다는 걸
그 여행이 알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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