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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쿠바, 시간이 멈춘 나라에서 아날로그 감성에 깊이 취하다

by bike89 2025.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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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시간이 멈춘 나라

인터넷 대신 음악, 화면 대신 대화. 쿠바는 나에게 진짜 삶의 온도를 알려줬다

처음 쿠바에 발을 디뎠을 때
무언가 멈춘 것 같았습니다.
시간도, 속도도, 심지어 공기의 결도.
도시는 흐르지 않고 맴돌았고,
거리의 자동차는 1950년대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반짝였습니다.

와이파이는 공원 한가운데서만 겨우 연결되고,
뉴스보다 리듬이 먼저 들려오는 나라.
쿠바는 나를 다시 '느린 감각'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스마트폰이 잠든 도시, 오히려 더 생생했다

쿠바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와이파이 신호가 닿지 않습니다.
에텍사(Etecsa) 카드를 사야 겨우 접속 가능한데,
그마저도 공공장소 한정이죠.

처음엔 당황했어요.
지도도 검색도 못 하니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지만
며칠이 지나자 익숙해졌습니다.

대신 나는 눈으로 길을 읽었고,
사람들에게 직접 물었고,
길거리 악사와 눈을 마주치며 걷기 시작했죠.
아날로그는 불편했지만, 어느새 내 감각을 깨우고 있었습니다.

오래된 것들 사이에서 마주한 진짜 아름다움

하바나의 올드카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었습니다.
형형색색의 쉐보레와 포드, 뷰익은
거리 자체를 살아 있는 박물관으로 만들고 있었죠.

창문이 덜컥거리고, 시트에서 가죽 냄새가 나도
그 차를 타고 해변 도로를 달리는 경험은
지금까지 어떤 최신 자동차보다 더 짜릿했습니다.

낡았지만 정성스레 손질된 것들,
바랜 색감 속에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은 것들.
쿠바에서는 '오래된 것'이 오히려 더 진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쿠바의 음악은 공기처럼 흐른다

음악은 이 도시의 언어이자 호흡이었습니다.
모퉁이마다 트럼펫이 울리고,
레게톤과 살사 리듬이 가게 안팎을 가리지 않고 퍼졌습니다.

작은 바에서는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사람들이 일어나 춤을 췄고,
길을 지나던 노인도 박자를 맞추며 스텝을 밟았어요.

그 모습은 단지 흥겨운 게 아니라
'삶을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쿠바식 대답처럼 느껴졌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아낌없이 즐기고,
기쁨을 아껴두지 않는 태도.

하룻밤 머문 까사에서 느낀 진짜 환대

쿠바에서는 호텔보다 ‘까사(Casa Particular)’라는 민박이 일상입니다.
작은 집을 여행자에게 내어주는 이 구조는
한 끼 식사, 대화, 가족의 분위기까지 선물처럼 얻게 해줍니다.

하룻밤 머물렀던 한 까사에서
할머니가 직접 차려준 아침 식사를 먹으며
나는 이상하게도 ‘돌봄’을 느꼈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끼리
마음 한 조각을 내어주는 것.
그건 기술로 연결되는 SNS보다 훨씬 따뜻한 연결이었어요.

낡은 도시, 그러나 온기 있는 사람들

쿠바는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습니다.
많은 건물들이 허물어져 있고, 물자도 부족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웃는 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미소 하나에, 리듬 한 소절에,
커피 한 잔에 깊이 몰입하는 그들의 삶은
우리가 잊고 있던 무언가를 일깨우기에 충분했습니다.

쿠바 사람들의 얼굴은 ‘사는 일’에 지쳐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여유와 온도는
지금도 내 기억 속을 천천히 감돌고 있습니다.

결국 쿠바는 나를 ‘멈추게’ 해주었다

하루도 인터넷 없이 지내본 적 없던 내가
쿠바에선 다이어리를 쓰고, 낯선 사람과 눈을 맞추고,
음악을 따라 흥얼거리며 걷게 되었습니다.

'연결되지 않아야 연결되는 것들이 있다'는 걸
쿠바가 가르쳐줬습니다.

시간이 멈춘 도시에서 나는
오히려 내 삶의 흐름을 되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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