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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열차, 7일간의 창밖 풍경을 따라 쓴 조용한 일기 9,288킬로미터의 창 너머, 움직이는 세상에서 가장 깊은 고요를 만나다하루 이틀이면 도착하는 시대에일주일을 열차 안에서 보낸다는 건시간을 거슬러가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총 9,288킬로미터를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그 안에서 나는 하루하루 창밖의 변화를 지켜보며도착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이 글은 그 7일간의 조용한 창밖 기록입니다.Day 1: 모스크바를 떠나며, 문명에서 자연으로정시에 출발한 열차는도심의 아스팔트와 회색 건물들을 천천히 뒤로 밀어냈습니다.창밖에는 자작나무 숲이 스쳐가고어느새 풍경은 색을 잃은 듯 무채색이 되었습니다.모스크바의 시간은 시계처럼 정확했지만열차 안의 시간은 천천히 늘어지고 있었습니다.시계보다 창밖 하늘의 색으로하루를 읽는 연습.. 2025. 7. 5.
실크로드, 2000년 전 상인들의 길을 따라 걸으며 마주한 시간의 숨결 낙타가 지나가던 그 길 위에서, 나는 인간의 발자취와 마주했다누군가 실크로드를 여행한다고 했을 때그건 단순한 관광이 아닌 시간 여행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길이 아니라 문명이고, 풍경이 아니라 기억이었습니다.2000년 전 상인들이 실을 싣고 걷던 그 길 위에나 역시 배낭 하나 메고 걸었습니다.바람, 모래, 침묵, 그리고 여전히 살아 있는 흔적들.실크로드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살아 숨 쉬는 이야기’였습니다.둔황, 사막 속에서 빛을 품은 벽화중국 간쑤성 서쪽 끝자락,사막 한가운데 솟아오른 **막고굴(莫高窟)**의 벽화들은2000년 전 실크로드의 예술이자 신앙이었습니다.그곳엔 황금빛 부처가 웃고 있었고,구름 위를 나는 비천들의 손끝은지금도 살아 있는 듯 정교했습니다.무수한 발자국과 기도가 남긴모래 위의 흔적.. 2025. 7. 5.
쿠바, 시간이 멈춘 나라에서 아날로그 감성에 깊이 취하다 인터넷 대신 음악, 화면 대신 대화. 쿠바는 나에게 진짜 삶의 온도를 알려줬다처음 쿠바에 발을 디뎠을 때무언가 멈춘 것 같았습니다.시간도, 속도도, 심지어 공기의 결도.도시는 흐르지 않고 맴돌았고,거리의 자동차는 1950년대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반짝였습니다.와이파이는 공원 한가운데서만 겨우 연결되고,뉴스보다 리듬이 먼저 들려오는 나라.쿠바는 나를 다시 '느린 감각'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스마트폰이 잠든 도시, 오히려 더 생생했다쿠바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와이파이 신호가 닿지 않습니다.에텍사(Etecsa) 카드를 사야 겨우 접속 가능한데,그마저도 공공장소 한정이죠.처음엔 당황했어요.지도도 검색도 못 하니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지만며칠이 지나자 익숙해졌습니다.대신 나는 눈으로 길을 읽었고,사람들에게 직접 물.. 2025. 7. 5.
인도 바라나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마주한 가장 진한 순간 모든 것이 타오르고 흘러가는 곳, 바라나시에서 진짜 삶을 배웠다인도 여행 중 바라나시는 다른 어떤 도시와도 달랐습니다.성스러운 갠지스강을 품은 이곳은사람들이 죽기 위해 찾아오고,살아 있는 자들은 삶의 이유를 묻는 도시였습니다.혼란과 향, 소음과 침묵이 뒤섞인 거리에서나는 삶과 죽음의 진짜 경계선 위를 걸었습니다.그리고 그곳에서 내가 몰랐던 ‘존재’에 대해처음으로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처음 마주한 화장장, 그리고 망설임마니카르니카 가트(Manikarnika Ghat).바라나시의 중심이자 가장 오래된 화장장입니다.타오르는 장작과 연기, 슬픔이지만 조용한 표정들,그 사이로 걸어들어간 나의 발걸음은낯설고 조심스러웠습니다.그곳은 죽음을 애도하는 공간이 아닌,죽음을 ‘보내는’ 공간이었습니다.슬픔을 삼키는 게 아.. 2025. 7. 5.
세상의 끝,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에서 온 편지 한 장 남극 가까이, 끝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마음은 오히려 시작을 배웠습니다지구 반대편,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땅.그곳의 이름은 ‘우수아이아’.아르헨티나 최남단, 남극과 가장 가까운 항구 도시에서나는 한 장의 편지를 쓰고 있었습니다.끝이라는 단어가 늘 두려웠던 나에게이곳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는 풍경이었어요.끝에서 마주한 낯선 평화우수아이아에 도착한 날,세찬 바람과 낮은 구름, 얼어붙은 바다가마치 “어서 와,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어”라고 말해주는 듯했습니다.도시는 작고 조용했지만,그 고요함은 빈 공간이 아니라삶이 단단히 깃든 공간이었어요.하루에도 네 계절이 오간다는 그 기후 속에서사람들은 천천히, 그러나 꿋꿋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비글 해협 앞에 멈춘 발걸음파란 선이 흘러가는 비글 해협 앞에 서.. 2025. 7. 4.
지도 없이 떠난 여행, 길 위에서 비로소 배운 삶의 속도 정해진 길 없이 걷는다는 것, 그 안에서 마주친 진짜 나의 이야기그날 나는 지도를 접고 가방 안에 넣어버렸습니다.예약도 없고, 계획도 없는 여행을 해보고 싶었습니다.'어디를 가야 할까'보다 '어디로든 가보자'는 마음으로그냥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죠.지도가 없다는 건 불안하기도 했지만,그 덕분에 인생에서 가장 솔직하고 따뜻한 순간들을길 위에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목적지보다 과정이 더 소중해진 시간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길을 걸어가는 건생각보다 자유롭고 설레는 일이었습니다.더 이상 다음 장소에 쫓기지 않고발길이 닿는 곳마다 멈춰 설 수 있었어요.작은 골목에서 마주친 고양이,말도 통하지 않는 카페에서 받은 따뜻한 눈빛,지도 속에는 없는 순간들이하나둘 쌓이면서 그 길이 곧 ‘여정’이 되었습니다.길을 헤매며 배우는.. 2025.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