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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헤밍웨이가 사랑한 도시, 쿠바 아바나, 천천히 걷는 산책의 기록

by bike89 2025.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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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아바나, 천천히 걷는 산책

바람과 럼, 글쓰기와 음악 사이에서 헤밍웨이가 머물렀던 도시를 따라 걸었습니다

쿠바 아바나는 단지 수도가 아닙니다.
그곳은 한때 헤밍웨이의 집이었고,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풍경, 술과 문장이 함께 머물렀던 도시입니다.
한 문장 한 문장에 쿠바의 바람이 불던 그 작가처럼
나도 아바나의 거리 위를 천천히 걷고 싶었습니다.
빠르게 소비하는 관광 대신,
헤밍웨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아바나를 따라가 본 산책의 기록입니다.

엘 플로리디타에서 시작된 아바나의 향기

아바나 구시가지 오비스포 거리 끝에 위치한
엘 플로리디타(El Floridita)는
‘모히토는 보데기타에서, 다이끼리는 플로리디타에서’라는
헤밍웨이의 말로 유명한 바입니다.

그곳에선 지금도 그가 앉았던 자리에
청동 동상이 자리하고 있고,
바텐더는 여전히 칵테일을 쉼 없이 흔듭니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그가 마셨던 다이끼리를 한 모금 마시며
그의 문장들이 처음 시작됐을
작은 술기운을 상상해보았습니다.

호텔 암보스 문도스, 그의 글이 머문 방

오비스포 거리 중간쯤에는
호텔 암보스 문도스(Hotel Ambos Mundos)가 있습니다.
헤밍웨이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초고를
이곳 511호실에서 썼다고 하죠.

지금은 작은 박물관으로 운영되며
그의 타자기, 책, 침대가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창밖으로 아바나 항구가 내려다보이고,
그 풍경은 고독했지만
어딘가 묵직하게 마음을 눌렀습니다.

말레콘 해변 도로, 침묵이 흐르는 산책길

말레콘(Malecón)은 아바나의 해안선을 따라
7km나 이어지는 산책로입니다.

헤밍웨이도 이 길을 자주 걸었다고 합니다.
낚시꾼들과 인사를 나누고,
해 질 무렵 벤치에 앉아 책을 펼치기도 했다고 하죠.

그 바닷길을 따라 걷는 동안
나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파도 소리와 바람만이 함께했고,
침묵 속에서 오히려 풍경은 더 깊이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피카소가 아닌 어부, 헤밍웨이의 진짜 쿠바

그는 예술가이기보다
어부이자 친구로 쿠바를 살았습니다.
코히마르(Cojímar)라는 작은 어촌마을에서는
“노인과 바다”의 영감이 시작되었죠.

그가 실제로 자주 낚시를 나갔던 포인트 근처에는
지금도 그를 기리는 작은 동상이 남아 있고
노인들의 낚싯줄은 여전히 바다를 향해 던져집니다.

그 책이 단지 소설이 아니라
실제와 허구가 뒤섞인 한 도시의 기록이란 걸
그 바다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피냐 델 리오와 하얀 고양이, 그의 고독한 오후

아바나 외곽의 시골 마을
피냐 델 리오(Piña del Río)에서는
헤밍웨이가 혼자 글을 쓰기 위해
오랜 시간 머물렀다고 전해집니다.

그곳엔 관광지도 없고,
그의 흔적을 드러내는 동판도 없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그가 숨 쉬던 풍경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골목을 가로질렀고,
햇살 아래 말소리와 기타가 멀리서 들려왔습니다.
그 고요 속에서
나도 조용히 한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산책의 끝, 쿠바는 더 이상 배경이 아니었다

헤밍웨이가 남긴 건 소설만이 아니라
그를 품어준 도시의 감정이었습니다.
아바나는 그를 떠나보낸 도시이지만,
그와 여전히 함께 사는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바람과 리듬, 낡은 건물, 그리고 바다.
그 모든 것들이
이 작가에게 어떤 감정을 안겨줬는지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그의 시선으로 본 쿠바의 오후를
조용히 기억 속에 담아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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