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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히말라야의 품에 안겨 진짜 나를 만나다 해발 4,130미터, 거대한 산 앞에서 나는 너무도 작았고 그래서 더 자유로웠다히말라야는 사진이나 다큐로만 보던 세계였습니다.하지만 어느 날, 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문득 이 산의 품에 안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렇게 찾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해발 4,130미터의 그곳은숨이 찰수록 마음은 비워졌고,경사가 가팔라질수록 내 안의 감정은 오히려 단순해졌습니다.이 글은 ‘정상’이 아닌 ‘존재’ 그 자체를 느꼈던히말라야와 나의 조용한 만남의 기록입니다.포카라에서 시작된 작은 걸음네팔의 도시 포카라(Pokhara)는ABC 트레킹의 출발점이자배낭여행자들의 마음을 쉬게 하는 곳입니다.평화로운 페와 호수 옆을 걸으며트레킹을 앞둔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품었고,가벼운 티벳차 한 잔과 함께나는 이 길을 정말 .. 2025. 7. 6.
헤밍웨이가 사랑한 도시, 쿠바 아바나, 천천히 걷는 산책의 기록 바람과 럼, 글쓰기와 음악 사이에서 헤밍웨이가 머물렀던 도시를 따라 걸었습니다쿠바 아바나는 단지 수도가 아닙니다.그곳은 한때 헤밍웨이의 집이었고,그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풍경, 술과 문장이 함께 머물렀던 도시입니다.한 문장 한 문장에 쿠바의 바람이 불던 그 작가처럼나도 아바나의 거리 위를 천천히 걷고 싶었습니다.빠르게 소비하는 관광 대신,헤밍웨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아바나를 따라가 본 산책의 기록입니다.엘 플로리디타에서 시작된 아바나의 향기아바나 구시가지 오비스포 거리 끝에 위치한엘 플로리디타(El Floridita)는‘모히토는 보데기타에서, 다이끼리는 플로리디타에서’라는헤밍웨이의 말로 유명한 바입니다.그곳에선 지금도 그가 앉았던 자리에청동 동상이 자리하고 있고,바텐더는 여전히 칵테일을 쉼 없이 흔듭니다.나.. 2025. 7. 6.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프랑스 아를과 오베르 쉬르 우아즈 여행기 그림보다 선명했던 풍경, 고흐가 사랑하고 외로워했던 그 두 도시에서 나를 마주하다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게 된 것은그의 색 때문이 아니라, 그의 고독 때문이었습니다.그가 머물렀던 프랑스 남부의 아를(Arles)과생의 마지막을 보냈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를직접 걷고 나서야그가 왜 그렇게 강렬한 색으로 세상을 그렸는지를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햇빛이 사납게 내리쬐는 아를의 노란빛아를은 생각보다 작고 조용한 도시였습니다.하지만 햇빛만큼은 눈부셨고,그 빛은 고흐의 캔버스를 그대로 덮은 듯했죠.노란 카페 테라스가 있는 광장에서그가 그렸던 "밤의 카페 테라스" 속 장면을 그대로 마주했을 때,마치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간 느낌이 들었습니다.또한 론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별이 흐.. 2025. 7. 6.
버킷리스트 1순위, 이스터 섬의 모아이를 만나다 – 섬의 침묵 속에서 울려 퍼진 감정 태평양 한가운데 고립된 땅, 거대한 석상 앞에서 나는 인간의 흔적을 마주했다'이스터 섬'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뛰었습니다.태평양의 작은 점 하나 같은 이 섬에사람보다 큰 석상, 모아이(Moai)가 800개 넘게 서 있다는 사실은어릴 적부터 상상 속에 자리한 신비 그 자체였죠.그래서 이스터 섬은 내 오랜 버킷리스트 1순위였습니다.막상 도착해 보니,모아이보다 더 인상 깊은 건그 섬이 가진 침묵과 고요의 결이었다는 걸금세 알게 되었습니다.이스터 섬, 그 신비한 고립의 시작칠레 본토에서 5시간 넘게 비행해야 닿는태평양 외딴섬, 라파누이(Rapa Nui).‘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유인섬’이라 불리는 이곳에선인터넷도 느리고, 시계보다 하늘빛을 보는 게 더 정확했습니다.섬에 도착한 첫날 밤,별이 하늘에 쏟아져 내리.. 2025. 7. 6.
시베리아 횡단열차, 7일간의 창밖 풍경을 따라 쓴 조용한 일기 9,288킬로미터의 창 너머, 움직이는 세상에서 가장 깊은 고요를 만나다하루 이틀이면 도착하는 시대에일주일을 열차 안에서 보낸다는 건시간을 거슬러가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총 9,288킬로미터를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그 안에서 나는 하루하루 창밖의 변화를 지켜보며도착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이 글은 그 7일간의 조용한 창밖 기록입니다.Day 1: 모스크바를 떠나며, 문명에서 자연으로정시에 출발한 열차는도심의 아스팔트와 회색 건물들을 천천히 뒤로 밀어냈습니다.창밖에는 자작나무 숲이 스쳐가고어느새 풍경은 색을 잃은 듯 무채색이 되었습니다.모스크바의 시간은 시계처럼 정확했지만열차 안의 시간은 천천히 늘어지고 있었습니다.시계보다 창밖 하늘의 색으로하루를 읽는 연습.. 2025. 7. 5.
실크로드, 2000년 전 상인들의 길을 따라 걸으며 마주한 시간의 숨결 낙타가 지나가던 그 길 위에서, 나는 인간의 발자취와 마주했다누군가 실크로드를 여행한다고 했을 때그건 단순한 관광이 아닌 시간 여행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길이 아니라 문명이고, 풍경이 아니라 기억이었습니다.2000년 전 상인들이 실을 싣고 걷던 그 길 위에나 역시 배낭 하나 메고 걸었습니다.바람, 모래, 침묵, 그리고 여전히 살아 있는 흔적들.실크로드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살아 숨 쉬는 이야기’였습니다.둔황, 사막 속에서 빛을 품은 벽화중국 간쑤성 서쪽 끝자락,사막 한가운데 솟아오른 **막고굴(莫高窟)**의 벽화들은2000년 전 실크로드의 예술이자 신앙이었습니다.그곳엔 황금빛 부처가 웃고 있었고,구름 위를 나는 비천들의 손끝은지금도 살아 있는 듯 정교했습니다.무수한 발자국과 기도가 남긴모래 위의 흔적.. 2025. 7.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