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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시간이 멈춘 나라에서 아날로그 감성에 깊이 취하다 인터넷 대신 음악, 화면 대신 대화. 쿠바는 나에게 진짜 삶의 온도를 알려줬다처음 쿠바에 발을 디뎠을 때무언가 멈춘 것 같았습니다.시간도, 속도도, 심지어 공기의 결도.도시는 흐르지 않고 맴돌았고,거리의 자동차는 1950년대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반짝였습니다.와이파이는 공원 한가운데서만 겨우 연결되고,뉴스보다 리듬이 먼저 들려오는 나라.쿠바는 나를 다시 '느린 감각'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스마트폰이 잠든 도시, 오히려 더 생생했다쿠바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와이파이 신호가 닿지 않습니다.에텍사(Etecsa) 카드를 사야 겨우 접속 가능한데,그마저도 공공장소 한정이죠.처음엔 당황했어요.지도도 검색도 못 하니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지만며칠이 지나자 익숙해졌습니다.대신 나는 눈으로 길을 읽었고,사람들에게 직접 물.. 2025. 7. 5.
인도 바라나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마주한 가장 진한 순간 모든 것이 타오르고 흘러가는 곳, 바라나시에서 진짜 삶을 배웠다인도 여행 중 바라나시는 다른 어떤 도시와도 달랐습니다.성스러운 갠지스강을 품은 이곳은사람들이 죽기 위해 찾아오고,살아 있는 자들은 삶의 이유를 묻는 도시였습니다.혼란과 향, 소음과 침묵이 뒤섞인 거리에서나는 삶과 죽음의 진짜 경계선 위를 걸었습니다.그리고 그곳에서 내가 몰랐던 ‘존재’에 대해처음으로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처음 마주한 화장장, 그리고 망설임마니카르니카 가트(Manikarnika Ghat).바라나시의 중심이자 가장 오래된 화장장입니다.타오르는 장작과 연기, 슬픔이지만 조용한 표정들,그 사이로 걸어들어간 나의 발걸음은낯설고 조심스러웠습니다.그곳은 죽음을 애도하는 공간이 아닌,죽음을 ‘보내는’ 공간이었습니다.슬픔을 삼키는 게 아.. 2025. 7. 5.
세상의 끝,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에서 온 편지 한 장 남극 가까이, 끝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마음은 오히려 시작을 배웠습니다지구 반대편,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땅.그곳의 이름은 ‘우수아이아’.아르헨티나 최남단, 남극과 가장 가까운 항구 도시에서나는 한 장의 편지를 쓰고 있었습니다.끝이라는 단어가 늘 두려웠던 나에게이곳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는 풍경이었어요.끝에서 마주한 낯선 평화우수아이아에 도착한 날,세찬 바람과 낮은 구름, 얼어붙은 바다가마치 “어서 와,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어”라고 말해주는 듯했습니다.도시는 작고 조용했지만,그 고요함은 빈 공간이 아니라삶이 단단히 깃든 공간이었어요.하루에도 네 계절이 오간다는 그 기후 속에서사람들은 천천히, 그러나 꿋꿋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비글 해협 앞에 멈춘 발걸음파란 선이 흘러가는 비글 해협 앞에 서.. 2025. 7. 4.
지도 없이 떠난 여행, 길 위에서 비로소 배운 삶의 속도 정해진 길 없이 걷는다는 것, 그 안에서 마주친 진짜 나의 이야기그날 나는 지도를 접고 가방 안에 넣어버렸습니다.예약도 없고, 계획도 없는 여행을 해보고 싶었습니다.'어디를 가야 할까'보다 '어디로든 가보자'는 마음으로그냥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죠.지도가 없다는 건 불안하기도 했지만,그 덕분에 인생에서 가장 솔직하고 따뜻한 순간들을길 위에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목적지보다 과정이 더 소중해진 시간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길을 걸어가는 건생각보다 자유롭고 설레는 일이었습니다.더 이상 다음 장소에 쫓기지 않고발길이 닿는 곳마다 멈춰 설 수 있었어요.작은 골목에서 마주친 고양이,말도 통하지 않는 카페에서 받은 따뜻한 눈빛,지도 속에는 없는 순간들이하나둘 쌓이면서 그 길이 곧 ‘여정’이 되었습니다.길을 헤매며 배우는.. 2025. 7. 4.
파리에서 보낸 한 달, 내 인생을 바꾼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 낭만이라는 말로는 부족했던 시간, 파리에서 나를 다시 만나다처음엔 그저 여행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몇 주쯤 머물다 오면, 일상으로 돌아가원래의 내 자리로 다시 들어설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하지만 파리에서 보낸 한 달은내 삶의 방향을 살짝, 그러나 분명히 바꾸어 놓았습니다.그 시간 속에서 마주한 모든 감정과 장면들이내 안의 무언가를 일깨웠고,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었습니다.파리의 아침, 천천히 시작되는 하루에 마음이 열렸다파리의 하루는 커피 향으로 시작됩니다.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바게트 봉투 소리,카페 테라스에서 크루아상을 나누는 사람들,서두르지 않고 흘러가는 그들의 리듬이 낯설게 다가왔어요.나는 그동안 얼마나 빠르게,그리고 얼마나 무의미하게 하루를 시작해왔는지문득 돌아보게 되었습니다.그날 이후로.. 2025. 7. 4.
내가 제주도에 작은 집을 얻은 이유, 잠깐 멈추고 싶었던 나에게 선물한 공간 쉼 없이 달리던 일상 속, ‘멈춤’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제주가 나를 불렀다언제부턴가 일상이 반복될수록 무기력해지고,자고 일어나도 쉬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도시의 속도에 맞춰 살아가는 데 익숙했지만,어느 날 문득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그때 떠오른 곳이 제주도였습니다.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다 생각만 했던 그곳에,작은 집 하나를 얻게 되면서제 삶의 속도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도망치듯이 떠난 건 아니에요, 잠시 멈춘 것뿐이에요서울은 편리했지만 너무 빨랐고,그 속에서 나는 점점 내 감정을 밀어넣게 되었습니다.제주는 그 반대였습니다.새벽이면 파도 소리로 잠이 깨고,이웃의 밭일 소리가 알람처럼 들리는 곳.누구의 기준도 없이 그냥 '나'로 있을 수 있는그런 공간을 찾고 싶었습니다.그리.. 2025.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