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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프랑스 아를과 오베르 쉬르 우아즈 여행기

by bike89 2025.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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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를과 오베르 쉬르 우아즈 여행기

그림보다 선명했던 풍경, 고흐가 사랑하고 외로워했던 그 두 도시에서 나를 마주하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게 된 것은
그의 색 때문이 아니라, 그의 고독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머물렀던 프랑스 남부의 아를(Arles)과
생의 마지막을 보냈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를
직접 걷고 나서야
그가 왜 그렇게 강렬한 색으로 세상을 그렸는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햇빛이 사납게 내리쬐는 아를의 노란빛

아를은 생각보다 작고 조용한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햇빛만큼은 눈부셨고,
그 빛은 고흐의 캔버스를 그대로 덮은 듯했죠.

노란 카페 테라스가 있는 광장에서
그가 그렸던 "밤의 카페 테라스" 속 장면을 그대로 마주했을 때,
마치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간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한 론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별이 흐르는 밤하늘 아래
"별이 빛나는 밤"이 탄생했을 법한 풍경이
그대로 펼쳐져 있었습니다.

고흐의 방, 붓보다 먼저 느껴진 외로움

아를에서 그는 노란 집에서 살았습니다.
그곳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모형과 안내판이 그 자리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 방의 창문은 작고, 가구는 단출했지만
그 안에서 그는 수십 점의 그림을 그려냈죠.
그림은 화려했지만,
그 속에 있던 그는 지독히 외로웠던 사람이라는 것이
그 방에 서보니 더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고흐가 사랑하고, 결국 부서졌던 공간

아를에서 고갱과 함께 지냈던 짧은 시간은
고흐에게 유일한 예술적 교감이었지만
결국 비극적인 귀 자해 사건으로 끝났죠.

그 일이 일어났던 라마르탱 광장 근처의 병원,
지금은 조용한 정원이 되어 있었고
그 정원을 그린 고흐의 그림이
벽에 걸려 있었습니다.

그의 그림과 실제 공간이 겹쳐질 때
나는 처음으로
고흐가 ‘정신병자’가 아니라
‘삶을 버티던 예술가’였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 생의 마지막 붓질을 남긴 마을

파리 북쪽의 작은 마을, 오베르 쉬르 우아즈.
고흐는 여기서 생의 마지막 70일 동안
무려 70점의 그림을 남겼습니다.

라부 여관(Auberge Ravoux)
그가 머물던 2층 방은
지금도 침대 하나 없이
그의 마지막 침묵을 품고 있습니다.

작고 조용한 마을 골목을 걷다 보면
밀밭이 끝없이 펼쳐지고,
그 속에 있는 까마귀 나는 밀밭
마치 그림을 넘어서 현실로 피어나듯
바로 눈앞에 나타납니다.

까마귀 나는 밀밭, 죽음이 아닌 생을 그린 풍경

많은 사람들은 이 그림을 고흐의 유서라 보지만
나는 오히려 끝까지 그림을 그렸던 그의 생의 의지로 느껴졌습니다.

누구보다 불안하고 흔들렸지만
붓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그 마음,
세상의 온기를 그림으로 증명하고 싶었던 그 집착이
밀밭 사이에서 바람처럼 스쳤습니다.

그를 따라 걷는다는 것, 나를 돌아보는 여정이었다

아를에서의 햇빛, 오베르의 들판,
그의 그림과 삶을 연결하는 그 길 위에서
나는 고흐의 감정을 따라가다가
결국 내 감정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삶이 흔들릴 때
세상을 더 찬란하게 그린 사람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흔들림조차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의 발자취가 나에게 가르쳐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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